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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달 20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골프존 직장 어린이집에서 직원과 자녀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. 2017년 설립된 이 어린이집은 직원이 원하면 자녀를 모두 보낼 수 있다. /고운호 기자
목요일인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스크린 골프 기업 ‘골프존’. 오후 5시가 조금 지나자, 엘리베이터는 퇴근하는 직원들로 북적였다. 사무실에선 군데군데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. 이 회사는 매달 월급날(20일)이 있는 주의 금요일은 전 직원 유급휴무일이다. 금요일 하루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는 취 국가채무불이행 지다. 골프존은 또 직원들에게 연간 골프 비용을 최고 150만원씩 지원해 준다. 그래서 직원들이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가족과 골프를 하는 일이 많다. 이 덕에 목요일에 퇴근할 때 직원들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.
2000년 설립한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전국 곳곳 스크린 골프장 운영도 한다. 임직원은 약 550명. 창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업 초기부터 ‘일·가정 양립이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’고 판단해 여러 가족 친화 제도를 운영해 왔다.
많은 직원이 혜택을 본 복지 중 하나가 결혼 비용 지원 제도인 ‘G-매리지 케어’다. 결혼을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연령에 따라 최고 600만원까지 결혼 자금을 지원한다. 웨딩홀 대관료와 ‘스드메(스튜디오·드레스·메이크업)’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상공인지원센터 차원이다. 4년 전 결혼한 직원 박영래(41)씨는 “큰 지출이 있을 때 회사에서 지원해 줘 안정감이 든다”고 했다.
결혼 이후에도 일·가정 양립에 초점을 맞춰 제도가 갖춰져 있다. 난임 시술 비용은 최고 300만원까지 지원한다. 자녀를 입양하면 입양 장려금 500만원을 주고, 입양 자녀가 만 1세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년 장학금 만기연장수수료 200만원을 지급한다.
아이를 낳았을 때 주는 ‘출산 축하금’은 첫째는 40만원, 둘째 110만원, 셋째 510만원이다. 낳은 아이에게도 만 5세(첫째 기준)부터 장학금 200만원을 준다. 둘째는 만 3세부터, 셋째는 만 1세부터 지급한다. 입양 여부에 관계없이, 직원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졸업 때까지 연간 700만원 장학금도 준다.
주택전세자금 어린 자녀를 키우는 직원들은 “무엇보다 밤 8시까지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이 가장 만족스럽다”고 했다. 골프존은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없었던 2017년부터 어린이집을 만들었다. 세 살짜리 아들을 둔 강신욱(36)씨는 “민간 어린이집은 하원 시간이 대부분 이른 저녁이라 퇴근 시간까지 모든 업무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데, 직장 어린이집은 하원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 육아에 큰 도움이 된다”고 말했다.
급한 업무로 하원 시간이 늦어지면,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집에 갈 수 있도록 구내식당에서 어린이용 식판과 음식도 준비해 준다.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만족도도 높다. 원어민 교사가 상주하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준다. 민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다가 직장 어린이집으로 옮긴 직원도 많다고 한다.
또 골프존은 ‘자율 출퇴근제’를 운영한다. 매일 오전 8~10시에 출근해 근무시간(8시간)만 채우면 된다. 월이나 주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정해 놓는 회사들과 달리, 사전 승인 절차 없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할 수 있다. 네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전다해(37)씨는 “아이들이 감기에 잘 걸리는 3~4월엔 급하게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할 일이 많은데, 오전 10시 이전에만 출근하면 따로 보고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작은 편”이라고 말했다.
가족 친화적인 사내 문화와 각종 복지가 점차 업계에 알려져 경력직 지원자도 늘었다고 한다. 다른 회사를 다니다 이직해 온 직원들이 “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”고 말한다는 것이다.
한편 회사 안에 설치한 스크린골프 시설에 레슨 프로(골프 지도자)가 상주하면서 직원과 자녀 등 가족들까지 무료로 골프 강습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.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2학년 딸을 둔 최민건(46)씨의 취미는 가족과 함께 골프를 하는 것이다. 3년 전 회사에서 강습을 받은 첫째 아들이 골프에 재미를 붙이더니, 이젠 방학 때마다 부자가 함께 해외 골프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. 최씨는 “둘째도 레슨을 받아 네 식구가 함께 골프장 가는 게 꿈”이라고 했다. 코스를 도는 내내 함께 붙어서 가는 골프 특성상 가족 간 대화도 많아진다.
회사 지원을 통해 가족만의 새로운 취미가 생기기도 한다.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김경환(45)씨는 1년에 5~6차례 가족과 야영을 떠난다. 회사의 캠핑 비용 지원(연 2박·1박당 8만원까지)을 계기로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. 이제는 자녀들이 더 캠핑을 좋아해 회사에서 지원하는 일수보다 더 다니고 있다. 김씨는 “캠핑장에서 숯불에 구운 고기를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 모든 피로가 풀린다”며 “가장 고마운 것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복지 제도”라고 했다.
매년 가족 초청 행사도 연다. 자녀뿐 아니라 직원 부모들까지 회사로 와 함께 식사한다. 직원들은 “아이들한테 급한 일이 생기면 동료들이 먼저 ‘맘 편히 다녀오라’는 말을 건네고, 육아 휴직에 들어가는 직원에겐 팀원들이 축하 선물을 해 줄 정도”라고 말했다. 골프존 관계자는 “기업 성장의 핵심은 조직 문화에 있다”며 “앞으로도 임직원들의 일·가정 균형을 위해 여러 지원을 해나갈 계획”이라고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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